동심을가꾸는텃밭의봄·여름·가을·겨울최경미방정환배움공동체공동대표 방정환선생님의말씀을모아서‘방정환말꽃모음’(방정환한울학교엮음/단비)책을냈습니다.그속에있는말꽃중하나를옮겨봅니다. -마른잔디에새풀이나고나뭇가지에새싹이돋는다고제일먼저기뻐날뛰는이도어린이이다.봄이왔다고종달새와함께노래하는것도어린이고꽃이피었다고나비와함께춤추는것도어린이다.비가온다고즐겨하는것도어린이요저녁하늘이빨개진것을보고기뻐하는이도어린이이다.별을보고좋아하고달을보고노래하는것도어린이요눈온다고기뻐날뛰는이도어린이다.-자연과함께하며기뻐날뛰는어린이는지금어디에있을까요?아파트문화에길들여진어린이들,교실교육,키즈카페에익숙해진어린이들은자연과어우러지는데어려움이있습니다.자연은낯설고더럽고징그럽고귀찮은것들로가득할뿐입니다.흙을만지는것은병균덩어리를만지는것으로,맨발이땅바닥에닿기라도할라치면못견디고소리를지릅니다.많은어린이들의몸과마음이이미자연으로부터멀어져있습니다.그렇게되기까지는어른들이‘사랑이라는이름으로’만들어놓은환경탓일텐데,이는참안타까운일이지요.그런데참으로다행인것은어린이들이자연을친구로삼는데는그리많은시간이걸리지않습니다.문제는부모,어른의생각이바뀌는것이겠지요.방정환선생님이말한것처럼,종달새와노래하고나비와춤추며자연에서기뻐날뛰는어린이마음,그것이곧동심일텐데요.어린이뿐만아니라어른들마음에서도그동심이살아숨쉰다면좀더아름다운세상이될거라는기대를저버릴수없습니다.자연을가까이하면서동심을불러내는활동으로텃밭가꾸기를소개하려고합니다.‘방정환한을어린이집’에서하고있는텃밭의봄,여름,가을,겨울이야기지금부터시작합니다.땅이겨울을털고새날을맞이하는봄입니다.매화꽃향기가짙어질무렵꽃잎몇개를따다가차를우려서텃밭에온어린이들과나눠마십니다.우리는봄이왔다는것을꽃향기를마시며알아차립니다.봄이오는텃밭에서우리는먼저땅을살핍니다.커다란기계로요란스럽게땅속생명들을깨우기보다는호미를들고노크를하듯이살살긁어봅니다.호미든손길을따라기분좋은흙냄새가폴폴올라오지요.겨울을이겨낸마늘과양파의깊은뿌리에게도토닥토닥다독여주며힘내라고말을전합니다.지나온겨울에군고구마를구워먹고만들어진재도뿌려줍니다.추위를이겨내고새싹을올릴때힘이되어줄것입니다.텃밭농사를해보면땅심이얼마나중요한지를느끼게됩니다.작은씨앗하나를심었는데,그것이몇배의열매가되어돌아오게하는땅을보면서감사의마음이절로우러납니다.그러다보니내가키운작물이좀못나고보잘것없어도버리지못하지요.귀하게먹을수밖에요.어린이들도마찬가지입니다.자기손으로흙을고르고퇴비를내면서길러낸것들은귀한줄을알고자랑스럽게외칩니다.“내가키운거야!”봄의텃밭에서어린이들에게가장인기가많은것은감자심기입니다.씨감자를잘라서재를묻히고골라둔밭에엄마감자(씨감자)를묻습니다.엄마감자가아가감자를잘만들수있도록“감자씨는묵은감자칼로썰어심는다~”씨감자노래를불러주며응원을합니다.어떤어린이는주변에있던풀꽃도가져다놓아주고돌멩이로장식도해주며귀를땅에바짝갖다대고감자엄마가편안한지살핍니다.이제부터는싹이나올때까지기다려야합니다.기다리는사이로텃밭주변은날마다새로워집니다.동네할머니댁담장위로목련꽃이피어납니다.꽃봉오리몇개를얻어다가차를우려마십니다.봄꽃은역시향기가예사롭지않습니다.미세먼지쯤거뜬히물리치고도남을향기이지요.냉이며쑥,꽃다지,꽃마리등봄나물들도지천으로올라옵니다.며칠동안쑥을캐서모아쑥인절미를해먹고남는것이있으면쑥효소를담그기도합니다.뿌리향기가좋은냉이는나물로도먹고,부침개재료가되기도합니다.진달래,꽃다지,봄까치꽃을곁들이면보기도좋은화전이됩니다.한달에한번텃밭요리를해먹는재미가쏠쏠합니다.여름텃밭은한해중가장풍성한때입니다.빨강,노랑,보라,초록열매들이주렁주렁매달려서볼거리가많고먹을거리도많아지는때입니다.그만큼손도많이가야하는때이지요.모종을심어둔밭에는짚이나왕겨등으로덮어줍니다.습기도유지해주고,풀도잡아주고,혹시나모를냉해도막아주는일입니다.비닐을쓰지않고할수있는것들이지요.오이,가지,토마토,고추는지지대를세워주고,물주기도게을리하지않아야합니다.물주기는어린이들이재미있어하는활동중하나입니다.농작물에도물을주지만,물조리개를들고밭고랑을왔다갔다하다보면어린이들옷이더많은물을먹고있지요.그쯤되면물놀이가시작됩니다.수도를연결해둔호수를들고한참을놀고나면텃밭곁에있는개울로달려가지요.텃밭농사는일찌감치끝내고개울로달려가개구리,가제,다슬기를잡느라시끌벅적합니다.개울가에빨갛게익어있는산딸기를따먹는것도한재미를더해줍니다.지난해초겨울에심어둔양파랑마늘이추수를할때가되었습니다.비닐도덮지않고,비료도약도하지않으니알이자잘합니다.곧이어감자도캡니다.조랑조랑매달린감자줄기를들고선생님을부르는우렁찬목소리가텃밭가득합니다.감자며양파,마늘은알이좀큰것들은골라서어린이집반찬거리로하고천주머니에몇알씩담아서부모님께도보냅니다.여름에텃밭요리는감자채전,감자카나페,감자호떡,삼색수단,채소쌈밥,딸기핫케이크,부추수제비,호박밀전병,토마토스파게티.......어떻게하면어린이들손을많이쓰는요리를해먹어볼까를궁리합니다.텃밭농사를지으러오는어린이들은언제나차를마시고일을시작합니다.‘고마운마음먹기’라고하지요.“비님,바람님,지렁이님,햇님,오이,가지,감자,고구마,엄마,선생님,농부님.......고맙습니다.”우리가차를마실수있도록해준자연과사람들에게감사하는마음을담아차를마십니다.차는계절마다텃밭과주변숲과들에서나는것들로일년내내만들고있습니다.봄의끄트머리에는아카시아꽃을따서말려두었다가차로마시고나머지는효소를담급니다.매실,개복숭아,인동초,보리수,앵두,수세미도어린이들손으로따고씻고다듬어서같이효소를담급니다.올해담그는효소는내년이맘때먹을수있지요.때를놓치지않고장만해두면일년내내차를마실수있습니다.한여름텃밭에있는꽃밭에는봉숭아꽃이활짝피어있습니다.꽃과이파리를따서손톱에봉숭아꽃물들이기를하는것도텃밭활동의하나입니다. 가을텃밭은김장거리가주인공입니다.배추,무,쪽파등을파종하고가꿉니다.배추가자라면벌레잡기가어린이들을흥미롭게하는활동이됩니다.농약을치지않고재배를하다보면어쩔수없이벌레들을많이만나야합니다.처음에는배추벌레들을잡아서뒤처리를어떻게해야할지몰라난감하기도했습니다.애벌레들을잡아서어린이들앞에서죽일수도없고.......어린이들과이런저런궁리를하다가생각해낸것이밭가로이동해주는방법이었습니다.그보다더좋은방법을아직찾지못해서지금도그렇게하고있습니다.(혹시좋은생각이있으면알려주세요~ㅎ)가을텃밭에는추수를해야하는것들이있지요.들깨를털어내느라긴나무막대기로들깨단을내리치면“챠르르~~”들깨떨어지는소리가그럴싸합니다.한번두드리고한번듣고...들깨알갱이가껍데기를빠져나오면서풍기는향기는또얼마나좋은지,들깨쫌털어본사람만이알수있는경험이지요.그렇게거둔들깨는기름도짜고,강정도해먹습니다.가을추수중고추따기도빼놓을수없지요.빨간고추를따서말려야합니다.광주리에따온고추를깨끗한수건으로하나하나닦는일도어린이들이함께합니다.고추를말리는일은참번거로운일이지만,고추를말려서고춧가루를빻아어린이집어린이들이먹고자란다고생각하면손익계산이무색해집니다.어떤땅에서어떻게자랐는지를아는농작물을먹는다는것은참귀한일이며,우리가정성으로함께해낸일이라는것으로충분히해볼만한가치가있는활동이라고생각합니다.고구마파기도즐거운수확이지요.땅속깊이뿌리를내린고구마를파내는일은어린이들에게궁리를하게합니다.호미를들고고구마에게상처를주지않고파내기위해이리저리흙을파내며용을씁니다.흔들어보고다시파기를반복합니다.이렇게해보자저렇게해보자의견들이분분합니다.겨우겨우뽑아내다시피한고구마를든어린이들의환호성은숲을쩌렁쩌렁울릴만큼우렁찹니다.가을이깊어지고겨울이시작될무렵,배추와무를뽑고김장을시작합니다.일년찬거리를장만하는중요한날이니부모님들도함께합니다.배추를다듬어서소금에절이고씻어서물을빼서속을넣는날에는모두모여서한바탕김치잔치가됩니다.배추에묻히는양념만큼옷에다묻혀가며속을넣는고사리손들이해마다그럴싸한김장을합니다.요즘은김장김치를많이사다먹다보니엄마들도김장하기를안해본사람들이꽤있습니다.아이덕분에김장이되는과정을엄마도체험을하고친정어머니의손길에감사하게되는기회가되기도합니다.김장을하고나면곶감깎기를합니다.감자칼로껍데기를벗겨서새끼줄에줄줄이매달아두고곶감이말라가는걸기다립니다.말랑말랑익어가는걸하나씩빼먹는재미도쏠쏠하지요.김장하고남은무도잘라서무말랭이를해두면겨울찬거리가되기도하고마른팬에볶으면무차가되기도합니다.호박을많이거둔해에는호박을달여서호박조청도해먹고,호박식혜도특별한맛입니다.일년에한번여는‘한울장터’에도품격있는메뉴로선보이기도합니다.고구마도겨울내내텃밭을드나들며군고구마를구워먹기도하고,자잘한것들은골라서고구마말랭이를해두면겨울새참이됩니다.5~6시간은족히달여야되는조청도맛이일품인데,손이많이가는일이라쉽지는않습니다.어린이집아이들을만나지않았으면,혹은텃밭가꾸기를하지않았다면하지않았을일인데,덕분에귀한음식들을마다하지않고즐거이해낼수있으니이또한고마운일이지요.들어먹기좋도록작은병마다나눠담아서눈앞에졸로리줄을세워놓으면마음이뿌듯해집니다. 겨울이시작될무렵양파모종을심고마늘을심습니다.왕겨로두둑을덮어주고겨울을잘이겨내라고주문을겁니다.그덕분인지양파,마늘은해마다제법수확을해서어린이집찬으로도쓰고감사를전해야하는이웃들과나눠먹습니다.아이들기운이스민곡물이라고귀하게받아주시니감사할따름입니다.작년에는양파수확이좋아서껍질을잘모아두었다가겨울에양파껍질염색을했습니다.손수건에천연염색을해서‘기분좋아지는손수건’을선물할수있었습니다.아이들목에하나씩둘러주니겨우내내바람막이가되어줍니다.겨울텃밭에뭐가있을까싶지만,겨울은겨울대로일거리,놀거리가있습니다.가을추수를한들판에있는볏짚을얻어다가새끼꼬기를합니다.길게이어서긴줄넘기도하고줄다리기도하고돌돌감아새끼공놀이도합니다.정월대보름에소원지를매달새끼도꼬아두고,곶감,무말랭이,무시래기를말릴새끼줄도필요합니다.새끼꼬기는교사들도쉽지않은활동이지만지푸라기를잡고씨름을해봅니다.‘소뒷발차기’하듯제법새끼모양이나오면기쁘기한량없고,그렇지않으면애써본것까지우리가할수있는것들입니다.그러는사이뱀도되고,새도되고,지렁이도되고,텃밭을오가며본것들이되어서이야기가한소쿠리만들어지는것도좋은결과물인셈입니다.지푸라기를쌓아서성벽이라도만들라치면도깨비이야기로저마다훈수를두면서한바탕옛이야기마당이됩니다.계획한것보다더풍성한놀이가즉흥으로만들어질수있는것은사계절을지나는동안어린이들도텃밭과들,숲에스며들어서어느새친구가되어있기때문입니다.농부가겨울에잊지않고해야하는일은씨앗을고르는일입니다.들깨,목화씨,수세미,상추,고추,호박....텃밭농사가해를더해갈수록씨앗을받고,보관하고나누는일을하게됩니다.누가시킨것은아닌데,하다보니씨앗을직접받아서다시길러내는것들에대한지혜가생겨납니다.처음텃밭을할때는그저씨를땅에뿌려두고싹이나오기만기다렸지요.그런데해가갈수록제대로작물이되려면땅심을길러야하는것도알게되어,숲에가서부엽토도갖다넣고퇴비도만들어서땅에힘을줍니다.그러다씨앗에까지관심이확장됩니다.지금은시중에서사오는모종도GMO작물이많아서도무지탐탁치가않거든요.내가키워낸씨앗을,주변에서얻어온토종씨앗으로텃밭농사를지으려고노력합니다.겨울텃밭에서빼놓을수없는재미는군고구마입니다.텃밭오는날에는군고구마가익어가는냄새를맡으며텃밭에들어서지요.군고구마를구워먹자니난로를피워야하고땔감이필요합니다.주변에있는산으로나뭇가지를구하러수레를끌고갑니다.어린이들이수레를타기만좋아할것같지만,오히려수레를끌고싶어합니다.스스로길을헤쳐나아가기를좋아하는어린이들입니다.누가먼저수레를끌것인가를두고실랑이를벌입니다.능동적으로몸을움직이며다리에팔에마음에튼튼하게힘이오릅니다.겨울텃밭요리로배추부침개도인기고,고구마요리도좋지만제일은팥죽쑤어먹기입니다.동글동글새알을빚어서나이만큼먹어야한다고새알을헤아리며먹지요.팥죽을끓일때팥을삶아서곱게갈아넣을때수수도한줌불려두었다가갈아넣고팥죽을쑤면별미입니다.팥과수수는궁합이잘맞는식재료거든요. 이렇게사계절을보내고난어린이들은교실에서굳이가위질을하면서소근육을키우지않아도호미를쥐고,고추를따고,곶감을깎으며단단하게소근육을키워갑니다.퇴비를나르고물을주고,추수를하느라광주리를나르고,땔감을주워오느라수레를끄는동안대근육또한튼튼해지지요.절기마다텃밭에서나오는것들로요리를해먹고,주변의숲과들에서얻어온것들로차를만들어먹으면서피와살을만들고오감을고루발달시켜갑니다.내손으로키워내며땀을흘리며참고기다린보람으로추수를해서부모님께자랑을할때면그뿌듯함과성취감은무엇과도바꿀수없는기쁨이됩니다. 텃밭의사계절이야기를들려주는자리가있어서위와같은이야기를하면꼭하는질문이있습니다.텃밭이있는경우라면모를까도시에서는어쩌냐고합니다.그럴때면제가아는작은도서관이야기를합니다.서울한복판에있는작은도서관이지만골목길에상자를두고상자텃밭을하고커다란고무통에모를심어서해마다추수를하고그쌀로떡을해서나눠먹는다구요.어른들이조금만마음을내면어디라도틈을내어텃밭농사를해볼수있습니다.어린이와어른들이함께어우러지며해와비와바람을소중히느낄수있는기회,그야말로방정환선생님의말씀처럼기뻐날뛰는마음을끄집어낼수있는시간을만들어가는텃밭활동입니다.허리를굽혀농작물을가꾸다지는해를바라보는기쁨을더많은사람들이누릴수있기를소망합니다. 현)방정환배움공동체공동대표현)방정환한울어린이집텃밭교사전)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관장